심리학자 에릭 에릭슨 (2)

1. 성격 이론 부가 설명

전 글에서 설명한 성격 이론의 단계별 이상적인 결과물을 에릭슨은 덕목이라고 부른다. 이는 효능을 의미하고 의학에 적용된다. 이 덕목들은 강도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며 생애 주기와 세대별로 유전이 된다고 여겨진다. 에릭슨은 연구에서 각 생애 단계의 양극이 서로 대립하며 긴장감을 형성하지만, 긴장 관계에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거절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양극이 모두 필요하고 쓸모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수용할 때 비로소 각 단계의 궁극적인 덕목이 나타날 수 있다. 그 예로 첫 단계에서 ‘희망’이 나타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뢰’와 ‘불신’을 모두 이해하고 수용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최후 단계에서 ‘지혜’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절망’과 ‘자아 통합’을 모두 포용하며 이해해야 한다.

2. 자아와 발달이론

에릭슨은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주장한 심리성적 발달의 5단계를 부인하며 8단계를 주장했는데, 이는 에릭슨의 가장 뛰어난 발견이라고 여겨진다. 에릭슨은 모든 인간이 온전한 발달에 이르기 위해 특정 개수의 단계를 지나야 한다고 보고, 탄생에서 죽음까지 인간이 겪는 8단계를 이론화했다. 그 과정에서 프로이트의 ‘성기기’를 청년기로 바꾸고, 성년기에서 세 단계를 추가했다. 그의 아내인 요안 세르손 에릭센은 점점 증가하는 인간의 평균 수명을 염두에 두고 죽기 전 남편의 이론에 아홉번째 단계(노년기)를 추가했다. 에릭슨은 ‘이드(id)의 역할’보다 ‘자아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아 심리학의 창시자로 여겨진다. 어린이가 성장하는 환경은 조정과 성장에 결정적이며 자기 인과 자아 정체성의 원천이 된다고 에릭슨은 말한다.

3.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의 특징

에릭슨은 성격 발달 이론을 통해 전 생애에 걸친 발달을 강조했다. 발달이란 적응 과정이다. 각 발달 단계에 따른 특징이 있는데, 이를 설명하겠다. 첫 번째로 ‘기본적 신뢰 대 기본적 불신’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사회적 관계는 오직 어머니와의 관계이다. 그래서 어머니와의 관계는 아주 중요하다. 이때 어머니는 유아의 신체적, 심리적 욕구를 잘 충족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신뢰감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가 거부적이며, 아이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일관성이 없다면 오히려 불신감이 형성된다. 이 시기의 신뢰감은 후에 살아가며 맺게 되는 모든 관계의 밑거름이기 때문에 신뢰감이 형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불신감을 경험시키는 것도 필요한데, 아이가 항상 전적으로 믿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며 기본적 신뢰와 불신이 서로 균형을 이루면 ‘희망’이 형성된다. 두 번째는 ‘자율성 대 수치심’ 단계이다. 유아는 다양하게 생기는 상반되는 충동 사이에서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의지를 나타낸다. 이때 근육이 발달하기 시작해 대소변의 통제가 가능하다. 자기 발로 서서 걷기 시작하며 주위를 열심히 탐색하기 시작하고 음식을 자신의 힘으로 먹으려고 노력한다. 자율성의 언어인 ‘나’, ‘내 것’ 등의 말을 반복하여 사용하며 ‘안 해!’라는 말을 통해 자기주장을 표현한다. 이때 유아가 사회적 기대인 부모에게 부응하는 행동을 수행하지 못하면 수치심과 회의를 느끼게 된다. 여기서 수치심은 자기가 타인의 눈에 좋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성은 법과 질서를 통해 사회가 대응한다. 세 번째는 ‘자기 주도 대 죄책감’ 단계이다. 이 단계는 ‘유희 연령’으로 자기 자신과 자기 세계를 구성하는 데 책임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성공적으로 발달하게 되면 ‘목적’을 설정하게 된다. 지나치게 엄격한 훈육 또는 윤리적 태도 강요를 하게 되면 아이에게 죄책감이 형성된다. 네 번째는 ‘근면성 대 열등감’이다. 이 단계는 자아 성장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치는 결정적인 시기다. 학교에 다니며 읽기, 쓰기 등의 인지적 기술을 획득하고 또래와 함께 놀고 일하는 것을 배우면서 근면성이 발달한다. 하지만 실수나 실패를 거듭하거나 학교가 아이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대하면 열등감이 발달하게 된다. 이 단계부터 생산적인 일원으로써 본격적으로 문화에 합류하게 된다. 다섯번째는 ‘동일시(정체성) 대 역할 혼란’이다. 이 시기에는 자기 존재에 대한 탐색이 시작되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과제는 자아 정체감을 확립하는 것이다. 여기서 자아 정체감이란 자기 동일성에 대한 자각인 동시에, 자기의 위치, 능력, 역할 및 책임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말한다. 이 단계에서 성적 정체감을 형성하지 못하면 양성 혼란이 오게 된다. 여섯번째는 ‘친밀성 대 고립’이다. 이 단계부터 공식적인 성인 생활을 시작하는데, 직업을 선택하거나 배우자를 찾는 등의 활동이 성인 생활이다.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친밀성을 이룩하는 일이다. 청년기에 긍정적 정체감을 확립한 사람만 진정한 의미의 친밀성을 이룰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신감을 가지지 못해 타인과의 관계에서 친밀성을 형성하지 못하게 되고 고립되어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게 된다. 동성, 이성과의 인간관계, 친밀감, 공동의식 등 따뜻한 인간관계로부터 친밀성이 형성되며 과도하거나 형식적인 인간관계로부터 심리적 고립감이 형성된다. 일곱번째는 ‘생식성 대 침체성’이다. 여기서 생산이란 개인이 다음 세대에 대한 복지뿐 아니라 다음 세대가 일하며 살아갈 사회의 성격에 대한 관심을 말한다. 생산적 요소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모든 것을 말한다. 생식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거나 못하게 되면 침체감이 형성된다. 이 경우 타인에 대한 관심보다 자신의 욕구에 치중하게 되며 남에게 관대하지 못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의 덕은 ‘돌봄’이다. 여기서 돌봄이란 베풂, 전수와 비슷한 의미로 자기 것을 넘겨주는 것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는 적극적, 직접적으로 지도하려는 욕구에서 나온다. 여덟번째는 ‘자아 통합 대 절망’이다. 이 단계는 삶의 마지막 단계로, 신체적인 노쇠와 평생 일해온 직업으로부터 은퇴하게 된 것, 배우자, 친한 친구의 죽음 등으로 인해 인생에 대해 무력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를 상실감보다 많이 느끼게 된다. 관심이 미래가 아닌 과거로 옮겨가며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를 돌아보며 가치 있는 삶이었는지 음미하는 시기다. 여기서 자아 통합이란 유연하게 ‘나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확신할 수 있는 능력을 의한다. 만약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를 돌아볼 때 무의미한 삶이었다고 느끼면 절망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 지혜란 죽음에 직면해 인생이라는 외부 세계에 있던 관심이 다시 자기 내면으로 향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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