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삶
에이브러햄 해럴드 매슬로는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이다. 인본주의 심리학의 창설의 주도자이며, 인간 욕구는 단계별로 나뉜다는 ‘욕구 5단계 설’을 주장했다. 이는 후반부에 자세하게 다루겠다.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유대계 러시아인 이민자 가정에서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일곱 형제가 있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던 그의 부모는 자식에 대한 교육 열정이 높았다. 그의 어머니는 흑인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래서 그와 어머니의 사이는 좋지 못했다. 어린 시절의 매슬로는 수줍음이 많았고 소극적인 성격에 겁도 많았다. 백인들이 많은 학교로 진학해 친구, 선생님 등 주변인의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로 인해 성장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친구가 많은 편도 아니어서 도서관에서 독서를 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의 강요로 1925년에 뉴욕 시립대학에 법학과로 입학했다. 하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해 1927년 코넬 대학교로 학교를 바꾸었다. 1928년에는 위스콘신 대학으로 다시 학교를 바꾼 후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의 관심 분야는 행동과 성이었다. 1930년 학부 졸업 후 대학원에 들어가 여러 스승과 저명한 심리학자들과 만나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해리 할로에게 우월성과 동물 연구를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을, 알프레드 아들러에게 환경적 요인이 성격 형성에 있어 중요하다는 것을, 에드워드 손다이크에게 행동주의의 한계성 발견을, 막스 베르트하이머에게 인간을 전체적으로 보는 관점을 배우게 되었다. 1931년 석사, 1934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한 후 콜롬비아 대학에서 손다이크와 함께 연구 활동을 진행했다. 이때 매슬로는 인간의 성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편견, 증오, 전쟁의 근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나이가 많아 입대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담감을 덜기 위해 인간은 보다 고귀한 것을 추구하며 지니고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서 그는 위대한 사람들을 탐구하게 되며 그로부터 충족되어야 할 욕구에 위계가 있다는 ‘욕구 5단계 설’을 1943년, ‘인간 동기의 이론’이라는 논문으로 주장했다. 그 뒤로 브랜다이스 대학의 초대 심리학과 과장으로 부임했는데, 당시 심리학은 과학적 행동주의자와 정신분석학자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매슬로는 이와 완전히 다른 인본주의 심리학회를 칼 로저스와 함께 창설했고 ‘초인간적 심리학 저널’도 창간했다. 미국으로 이주해 온 유럽의 여러 지성인과도 활발한 교류를 지속했다. 특히 에릭 프롬, 마거릿 미드, 루스 베네딕트 등에 큰 영향을 받았다. 자아실현이라는 자신의 독창적 개념을 고안할 때는 그의 스승이자 친구였던 막스 베르트하이머와 루스 베네딕트가 지닌 감동적인 인간성에 대해 탐구했다.
1962년 ‘논리니어 시스템즈’라는 캘리포니아 첨단기업에서 초빙 학자로 지내며 자아실현 개념을 기업에 적용하는 시도를 했다.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이론이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일상생활 심리학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경영학과 심리학의 접목을 꾸준하게 시도했다. 은퇴하기 전까지 자신의 이론을 끊임없이 다듬었는데, 그 과정에서 그는 인본주의 심리학을 제3의 심리학이라 명명하고 이를 심리학에서의 혁명으로 보았다. 왜냐하면 지각과 사고에 있어 새로운 시각과 방식, 사회와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와 윤리, 가치에 대한 새로운 개념 및 지향점에 있어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또한 인본주의 심리학을 인간의 욕구가 아닌 우주에 중심을 둔 초인간적 심리학으로 이동하기 위한 중간 단계로 간주했고 초인간적 심리학을 제4의 심리학으로 보았다. 1968년 심리학협회 회장직을 맡았다. 1970년 심장발작으로 인해 사망했다.
2. 욕구 위계 이론
매슬로는 자아실현이라는 개념을 내세워서 잠재성을 발현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다. 매슬로는 인간을 전체적이고 역동적으로 바라보았는데, 이는 ‘인간 동기의 이론’에서 발표한 욕구 위계 이론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인간의 욕구가 타고난 것이며 인간의 행동은 기본적 욕구에 따라 동기화된다고 생각했다. 그의 동기화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5단계로 나뉜다. 이에 따라 ‘욕구단계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단계는 생리적 욕구, 2단계는 안전의 욕구, 3단계는 소속과 사랑에 대한 욕구, 4단계는 존중의 욕구,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또한 그는 인간의 욕구가 병렬적으로 열거된 것이 아닌 여러 층으로 구성된 피라미드 구조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하위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 욕구를 충족하고 싶은 동기가 생긴다. 욕구는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성장해가는 것이고, 낮은 단계 욕구의 충족이 높은 단계의 욕구로 향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또한 이미 충족된 단계의 욕구는 그 이후의 행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여기에서 5단계는 행복의 단계가 아닌 강도와 중요성에 따른 단계이다. 훗날 매슬로가 2단계를 추가하며 총 7단계로 나뉘었다.
매슬로는 최고의 욕구는 자아실현이라고 생각했으며 자연스럽게 삶의 궁극적인 목표도 자아실현을 통한 자신의 잠재적인 능력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모든 단계가 충족되어야만 마지막 단계를 통해 자기 발전하며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아실현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칼 융이지만 매슬로에 의해 그 개념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매슬로는 욕구 위계와 자아실현에 대한 연구에서 욕구 위계가 반드시 고정된 순서대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자아실현을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 및 더 큰 세상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자아실현의 필수 요소로 외부 현실과의 의미 있는 연결을 설정했다. 그로 인해 중요하게 여기는 욕구가 이기적이며 경쟁적인 성취일 땐 자아실현을 찾으면 적대적인 감정과 제한된 외부 관계를 얻는 데 그칠 것이라고 했다.
동기, 자기실현 과정에 관한 이론은 현대의 많은 사회심리학자 및 다른 분야의 연구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독일인의 국민성에 관한 연구가 권위주의적 퍼서낼리티의 연구에 영향을 미쳤다. 욕구의 여러 단계설을 응용해 잉글하트는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고도의 경제성장이 일어난 세대는 물질주의적 가치인 생존, 안전에 대한 욕구가 이미 충족되었고, 그로 인해 자기실현 등의 탈 물질주의 가치가 우선된다는 이론을 펼쳤다. 욕구단계설은 인간의 보편적인 동기의 대부분을 설명하고 있어 다양한 학문에서 지지받는다. 경영학에서는 마케팅, 인사 분야에 사용된다. 하지만 각 단계의 구분이 모호하며 예외가 많고 과학적 검증이 어렵다는 것에서 많은 반박과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러나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은 동기이론의 기초를 제시했다는 부분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최근 욕구 단계설의 한계를 보완한 ERG 이론, 새로운 욕구 피라미드 이론 등이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