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이론 게슈탈트 붕괴

1. 게슈탈트 붕괴란?

심리학에서 게슈탈트 붕괴는 흔히 들어볼 수 있는 이론 중의 하나이다. 가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이상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지 않은가? 나도 한때 ‘양말’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졌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단어 같았다. 이러한 현상이 게슈탈트 붕괴 현상이다.

게슈탈트 붕괴는 위의 사례와 같이 흔히 사용하는 단어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처럼, 특정 대상에 과도하게 몰입하게 될 경우 정의나 개념 등을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이다. 이는 의미 포화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의미 포화란 반복되는 단어나 문구가 일시적으로 의미를 잃게 하는 심리 현상이다. 의미 포화는 1962년 맥길 대학교의 리안 자코보비츠 제임스가 박사 학위를 위한 논문에서 만들어낸 문구다. 언어 반복은 피질에서 단어의 의미를 담당하는 특정 신경을 반복하여 자극하기 때문에 의미 포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내가 양말을 찾으려고 했을 때, ‘양말’이란 단어를 계속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가 어느 순간 이질감이 느껴진 것이다. 이러한 게슈탈트 붕괴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2. ‘게슈탈트 붕괴’의 명칭과 기원

사실 게슈탈트 붕괴는 심리학 용어가 아니다. 일본 커뮤니티에서 창조된 단어이다. 일본에서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시대에 한 커뮤니티에서 유행했던 도시 전설 괴담에서 유래했다. 해당 도시 전설 괴담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해당 괴담은 일본인 두 친구가 매일 전신거울에 비친 자기 눈을 바라보고 “너, 누구야?”라고 말을 걸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마치 타인 대하듯 질문을 한다. 한 친구는 불안감과 떨림을 느껴 위험하다고 판단 해 그만두었지만, 다른 한 친구는 알 수 없는 기묘한 감각을 느끼는 것이 좋다며 계속 시도했다. 그렇게 계속 시도한 친구는 자아를 조금씩 잃어가고, 나중에 가서는 세면대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려는 행동을 보이기까지 했다. 알고 보니 계속 시도한 친구의 거울은 세 면이 비치는 삼면경이었다. 그렇게 그 아이는 정신병원에 입원하며 괴담이 마무리된다. 해당 괴담이 일본 커뮤니티에서 유명해지며, 해당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게슈탈트’라는 단어는 일본어가 아니다. ‘게슈탈트’는 ‘형태’라는 독일어로 ‘게슈탈트 붕괴’는 ‘형상 붕괴’라는 뜻이 된다.

3. 게슈탈트 붕괴 원리

이러한 현상을 정의할 수 있는 심리학 용어에는 ‘의미 포화’가 있다. 일종의 미시감으로 반복되는 신호에 피로와 혼란이 와 사고력이 둔화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반복적인 신호가 지겨워져 의미 없는 신호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게슈탈트 붕괴 현상은 19세기에 태어난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크리스티안 폰 에렌펠스(Christian Von Ehrenfels)가 최초로 정의했다. 이 심리학자가 말하기로는 게슈탈트 붕괴 현상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 같은 경우도 ‘양말’ 이란 단어에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몇 초 지나고 나니 ‘양말’이란 단어를 제대로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 괴담에서는 단지 이런 단순한 현상을 공포적인 요소로 사용한 것이다. 일본 괴담에서 게슈탈트 붕괴 현상을 매일 시도한 친구의 거울이 삼면경이라고 한 것도, 공포적인 요소를 추가하기 위함이다. 만약 간단하게 체험해보고 싶다면 같은 글자를 계속해서 읽어보면 된다.

이러한 현상을 이용한 심리치료로 ‘게슈탈트 심리치료’란 용어가 만들어졌다. 이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은 독일인 정신과 의사 프리츠 퍼스(Fritz Perls) 이다. 인간의 모든 인식은 내가 의식하는 초점과 그 밖의 나머지로 이루어진다. 만약에 내가 양말을 보고 있다면, 내가 인식하는 것은 양말과 그 밖의 나머지이다. 그 밖의 나머지에 어떤 물건이 있든 자세하게 인식하지 않는다. 이렇게 내가 양말을 인식한 것처럼 의식의 초점이 되는 것을 ‘진경’이라 하고, 그 밖의 나머지를 ‘배경’이라 한다. 건강한 사람은 전경과 배경의 교차가 자연스럽게 순환된다. 하지만, 전경과 배경의 교차가 자연스럽게 순환되지 않는 사람의 경우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타인의 것처럼 자각하고, 타인이 자기에게 해주길 바라는 행동을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하는 등 자신과 타인의 경계선이 불분명해진다. 자기 자신이나 타인을 너무 의식하여 감각이 둔해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서 게슈탈트 심리치료는 초점을 나에게 두었다가, 타인에게 접촉이 있을 시에 타인에게 초점을 두고, 다시 나에게 초점을 두는 식으로 자신과 타인의 경계선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본성에 따라 자기 존재의 실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작성자처럼 특정 단어에 대해 이질감을 느낀 상황을 경험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다른 현상은 자주 경험했을 것이다. 평소에는 호흡을 무의식적으로 하다가 한번 의식해서 하게 되면, 호흡이 자동으로 되지 않는 것이다. 침을 삼키는 것도 한번 의식하게 되면, 자동으로 침을 삼키지 못할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의식하지 않고 호흡이나 침을 삼키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을 이용한 글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글을 보는 순간 당신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의식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거나 “이 글을 보는 순간 당신은 눈을 깜박이는 것을 의식합니다”라는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만약에 암기 과목을 공부할 때, 열심히 외웠는데도 외워지지 않는다고 자책하지 마라. 당신이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게슈탈트 붕괴 현상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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