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에 시끄러운 공연장이나 파티에서 지인이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내 이름을 말한 것만 잘 들린 경우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뒤로 하고 내 이름만 잘 들리는 것일까? 그 이유는 칵테일파티 효과 때문이다.
1. 칵테일파티 효과
칵테일파티 효과는 인지 과학자 콜린 체리 (Colin Cherry)가 1953년에 처음으로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연구 초기에는 파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 아닌 항공 관제사의 직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다. 그 당시 항공 관제사는 조종사로부터 오는 음성을 확성기를 통해 들었는데, 여러 조종사가 한 번에 음성을 보낼 경우 음성이 겹쳐 관제사가 직무를 정확하게 수행하기 어려웠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연구팀은 두 가지 음성을 동시에 듣는 사람의 두뇌 움직임을 조사했다. 그 결과 특정 음성 주파수에만 반응하는 뉴런(neuron) 그룹을 확인했고, 특정 음성 주파수는 내가 집중하는 음성에서 생기는 주파수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 그 음성에 집중하기 때문에, 공연장이나 파티에서 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잘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칵테일파티 효과는 주변 환경에 개의치 않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선택적 지각’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을 주로 파티에서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칵테일파티 효과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2. 컬러버스 효과
칵테일파티 효과는 음성 정보에서의 선택적 지각이고, 시각 정보에서의 선택적 지각은 따로 있다. 한 대학에서 여러 얼굴 사진을 한 번에 보여주고 지정한 얼굴이 있는지 없는지 찾아보는 실험을 했다. 이 실험 결과로 지정된 얼굴이 다른 사람 얼굴일 때보다 자 얼굴일 때 더 빨리 찾았다. 이렇게 시각 정보에서의 선택적 지각은 컬러버스 효과라고 불린다.
3. 칵테일파티 효과 사례
이에 대한 실험으로 다니엘 시몬스와 크리스토퍼 샤브리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 있다. 피실험자에게 영상 속 농구를 하는 두 명의 사람들이 몇 번의 패스를 하는지 횟수를 세어보라고 말하고 영상을 재생한다. 1분 길이의 영상에서 9초간 고릴라가 나와 정면을 응시하고 가슴을 두드리는 행동을 한다. 영상이 끝나고 피실험자에게 영상에서 고릴라를 보았는지 물었지만, 피실험자의 절반은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농구공을 패스하는 횟수가 의미 있는 정보로 생각하고 선택적 지각을 두었기 때문이다.
칵테일파티 효과는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나 위의 실험을 제외하고도 주변에서 자주 경험할 수 있다. 열등감이 많은 사람이 타인의 무심한 행동을 자기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받아들이는 것도 그중 하나다. 시끄러운 곳에서 나와 대화하는 사람의 말이 잘 들리는 경우도 이 효과를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이 많은 거리를 걷고 있을 때 어디서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모든 사람이 동전이 떨어진 곳을 쳐다보는 상황을 경험했다면, 칵테일파티 효과를 경험 한 것이다. 자신의 동전일 수도 있기에 모두가 의미 있는 정보로 해석하고 잘 듣게 되는 것이다. 칵테일파티 효과는 위의 사례들과 같이 음성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망상증 환자의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 모두 의미 없는 정보들은 배제하고 의미 있는 정보들만 받아들인다. 망상증 환자의 경우에는 칵테일파티 효과를 온전히 경험하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응용한 마케팅 기법이 있다. 광고 문자나 메일을 받게 되면 문자나 메일을 받는 사람의 이름을 언급한 제목을 많이 사용한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이름에 선택적 지각을 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자신의 광고에 집중하게 하기 위함이다. 또한, 자극적인 단어나 대중들이 흥미로워하는 단어를 광고에 활용하는 것도 이러한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층간소음도 칵테일파티 효과가 적용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틀렸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로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 층간소음은 칵테일파티 효과로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살인, 폭력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두 번째로 층간소음을 단어나 어떤 뜻으로 알아듣기 힘들다는 것이다. 칵테일파티 효과의 적용에는 선택집중이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데, 층간소음은 의미구별이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층간소음이 타인에게 의미를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또한 아니다.
당신이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의자 끄는 소리, 다른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의미 없는 정보이지만, 소리가 잘 들리는 칵테일파티 효과를 경험한 것이다. 의미가 없는 정보여도, 나도 모르게 공부보다 주변 소음에 집중하게 되어 의자 끄는 소리가 잘 들리는 것으로 공부에 집중을 잘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처럼 칵테일파티 효과는 집중을 잘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자주 겪는다고 한다. 이를 정리한 연구 결과도 있다.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 다른 의미 없는 정보에 집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강력하게 칵테일파티 효과를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은 어떤 사람을 좋아할 때이다. 당신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면, 그 사람의 모습이나 목소리를 먼저 알아차릴 것이다. 그 사람의 음성이나 보여지는 모습을 선택적 지각에 두었기 때문이다. 이상하리만큼 그 사람이 자주 보이고, 그 사람의 목소리가 잘 들릴 것이다. 다른 것에 집중하려 해도 집중이 잘되지 않고 그 사람만 생각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