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이론 플라시보 효과, 노시보 효과

어느 환자가 죽기 직전의 상황까지 놓이게 되었다. 병명은 원인 불명의 희소병이다. 담당 의사는 치료를 포기하고 환자에게 약을 처방했는데, 약이 아닌 포도당을 처방했다. 하지만 의사는 포도당을 투여하면서 이 약을 먹으면 병이 나을 것이라며 거짓말을 하였고, 환자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의 상태가 나아질 것이라며 굳게 믿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환자의 상태가 점점 호전되었고, 결과적으로 원인 불명의 희소병이 낫게 되었다.

위의 이야기는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의사가 환자에게 가짜 약을 투여하면서 진짜 약이라고 하여, 환자가 스스로 병이 낫게 될 것임을 믿고 있으면,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플라시보 효과’라고 한다. ‘플라시보’는 ‘마음에 들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지만, 직역하자면 ‘위약’이라고 할 수 있다. 플라시보 효과가 가장 많이 쓰였던 때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약이 부족할 때이다.

어찌 보면 플라시보 효과는 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을 치료하게 해준다. 굉장히 좋은 효과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쉽게 말하면 결국 환자의 체질에 기대며 병이 낫길 바라는 것이다. 환자의 기력이 한계에 도달할 경우 이상 돌변에 의한 부작용과 의사의 신뢰도가 하락하여 플라시보 효과를 재현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효과 때문에, 백신 같은 경우 약의 성능을 임상 실험할 때는 피실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백신을, 다른 한쪽은 가짜 약을 투여하여 약의 성능이 플라시보 효과를 얼마나 앞서는지를 본 뒤 결론을 내린다. 현대 의학에서 약물을 검증할 때 플라시보 효과가 대조군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플라시보 효과보다 나아야 한다는 일종의 최저선을 그은 것이다. 만약 가짜 약을 투여받은 사람이 실제 약물을 투여받은 사람보다 병세가 호전되었다면, 해당 약물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치료가 불가능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확률이 있다고 해도 현대 의학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가짜 약으로 병을 치료한다 해도, 약에 플라시보 효과를 일으키는 성분이 있는 것도 아니며, 다른 의학계 종사자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에 가짜 약을 투여하여 환자 스스로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나, 실제로는 병세가 악화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에는 죽음까지 이를 수 있다.

첫 문단에서 이야기한 사례만큼 플라시보 효과로 유명한 일화인 ‘원효대사 해골 물’이 있다. 원효대사가 당나라로 유학하러 가던 중 날이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동굴에 들어가 잠을 자다, 잠결에 목이 말라 손으로 주변을 훑어보니 물이 든 바가지가 있었다. 원효대사는 바가지에 든 물을 모두 마셨는데, 물이 참 달고 시원하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주변을 확인해보니 동굴에는 사람의 뼈가 가득했고, 그가 마셨던 물은 해골에 담긴 썩은 물이었다. 이를 경험한 원효대사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깨달음을 얻고 유학을 포기했다는 일화다.

플라시보 효과와 비슷한 효과로는 ‘피그말리온 효과’가 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습자의 성적이 향상되는 것이다. 1964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교육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이 이 효과에 대해 실험을 하나 했다.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의 쥐는 정성스럽게 키웠지, 다른 한 그룹은 소홀히 대했다. 이후 두 그룹의 쥐를 미로에 두어 탈출하게 했는데, 정성스럽게 키운 그룹의 쥐가 다른 그룹의 쥐보다 미로를 더 잘 빠져나온 것이다. ‘피그말리온’이라는 명칭은 그리스 신화 속 조각가 피그말리온에게서 유래했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여성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이를 알게 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조각상을 인간으로 만들어 준 신화이다.

플라시보 효과가 크게 발휘되는 경우는 몇 가지가 있는데, 먼저 환자가 의사 및 병원을 신뢰할수록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있다. 두 번째로는 이미 그 약의 효과를 본 환자는 다음에 다시 그 약을 먹을 때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같은 성분의 약이지만 가격이 더 비싸다면 효과가 커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순진하거나 솔직한 사람에게 플라시보 효과는 더 커진다는 것이다.

플라시보 효과와는 정반대로 약효에 대한 의심이나 부작용에 대해 염려하는 등 부정적인 믿음이 실제로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현상도 있다. 이를 ‘노시보 효과’라고 한다. 1961년 미국의 의사 원터 케네디가 처음 사용한 신조어이다. ‘나는 해를 입는다’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유래했으며 직역하자면 ‘가짜 독약 효과’라고 할 수 있다.

1950년대 영국에서 한 사람이 동료의 실수로 냉동 창고에 갇혔고, 이후에 발견이 되었을 때는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는 냉동 창고 벽에 엄청난 추위에 몸이 조금씩 얼어붙는 과정을 상세히 적어 나가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사실 그 냉동 창고는 전원이 꺼져 있어 온도가 영상 19도였다. 냉동 창고 안에는 산소도 충분히 있었으며,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식량도 있었다.

21세기 이후로 특히 프랑스에서 전자파에 대한 노시보 효과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휴대전화, 전자레인지 등 전자파에 노출되면 신체적 고통과 불편함을 느낀다고 하여 실제로 실험해 보았다. 당사자에게 알려주지 않고 전자파에 노출했는데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전자파에 노출하지 않고 전자파에 노출 중이라고 말하니 불편함을 호소했다. 플라시보 효과에서 원인 불명의 희소병이 나은 엄청난 효과가 나타난 것처럼, 위의 실험 대상자 중에서도 전자파 노출을 피해 산골에 숨어 사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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