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개요
확증 편향은 증거 수집 단계가 아닌 해석에서도 발휘된다. 같은 정보에 대한 해석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진은 사형 제도 찬반에 대한 신념이 뚜렷한 사람들을 모아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는 실제 연구 결과가 아닌 허구를 참가자들에게 빠르게 읽게 한 뒤에 신념이 바뀌었는지 묻고, 다음에는 자료의 연구 방법을 자세하게 보도록 한 후 자료의 설득력을 평가하도록 했다. 이때 참가자의 절반은 자기 신념을 지지하는 것만 받아들이고 다른 것은 무시했고, 다른 절반은 자기 신념을 바꿨다. 참가자들의 신념 변화는 첫 실험에서 가장 많았고, 두 번째 실험에서는 오히려 자기 신념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는 자료를 자세히 분석할 때 여러 모순되는 설명 중에서 어떤 것을 받아들일지 자기 신념을 기준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브로카 영역 발견자로 유명한 폴 브로카는 원숭이와 가까운 인종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위팔뼈와 노뼈의 비율을 선택했다. 사람이 아닌 다른 영장류는 아래팔이 더 길기 때문에 아래팔이 더 긴 사람이 원숭이에 더 가까우며 진화가 덜 되었을 것이라는 가정이었다. 그렇게 실험을 진행하던 도중 백인이 에스키모나 아시아인보다 아래팔이 더 긴 것으로 나오자 브로카는 이 실험을 포기했다. 브로카에게는 백인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는 선입견이 있었고, 이 실험의 결과는 그 선입견을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학 활동에서도 실험자가 결과를 미리 정하고 실행한 실험 결과에서는 해석 또한 원하는 결과에 맞춰지기 쉽다. 여기서 더 발전하게 되면 자기가 정한 결과에 맞추기 위해 실험 결과를 조작하는 과학적 사기가 된다.
동일한 사건을 함께 경험해도 기억은 서로 다를 수 있는데, 장기 기억은 각자의 경험 속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것, 강렬한 감정의 변화가 있던 것들이 더 강하게 기억되기 때문이다. 스키마 이론은 이미 기대한 것에 도움이 되는 정보나 놀라운 정보가 다른 정보보다 기억에 잘 남으며 되살리기도 쉽다고 설명한다. 경험에 대한 기억 역시 사람들이 갖고 있던 기대와 예측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는 어떤 여성의 성격 프로필을 제공했다. 프로필에는 외향성을 나타내는 말과 내향성을 나타내는 말을 섞어서 적어두었다. 시간이 지난 후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여성의 직업을 각각 도서관 사서와 부동산 중개사로 다르게 소개했다. 중개사로 소개한 그룹에서는 외향성을 나타내는 말을 더 많이 기억했고, 사서로 소개한 그룹에서는 내향성을 나타내는 말을 더 많이 기억했다. 참가자가 기억을 되살리는 데 기존에 갖고 있던 직업에 대한 이미지가 영향을 준 것이다. 또 다른 유사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자기 성향과 비슷한 프로필을 더 많이 기억했다. 이 경우는 프로필과 자기 상태를 감정적으로 결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의 편향에 감정적 요인도 영향을 준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부정적 요소를 인식하면 그것에 과도한 집중을 하여 긍정적 요소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과거에 경험한 일을 회상하는 것은 현재의 감정에 큰 영향을 받는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장례 후 6개월까지 매우 큰 슬픔을 느낀다고 응답했으나 5년 뒤에는 덤덤하게 받아들인다고 응답했다. 또한, 장례 후 5년이 지난 사람에게 장례 후 6개월 동안의 감정 상태를 회상하게 하면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당시에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고 대답했다. 이는 현재의 감정이 과거의 감정적 기억을 재구성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2. 전략의 결과
확증 편향은 의도하지 않은 전략의 결과로 설명되기도 한다. 스탠퍼드의 심리학자인 로버트 맥컨은 확증 편향의 형성 과정을 ‘뜨거운’ 동기 부여와 ‘차가운’ 인지의 메커니즘을 통해 설명한다. 확증 편향이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생긴다고 설명하는 것이 인지적 메커니즘이다. 이는 모든 정보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주어진 정보를 통해 일종의 지름길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믿음에 대한 욕구로 인해 작동하는 것이 동기 부여 메커니즘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긍정적인 것을 부정적인 것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폴리에너 원리라고 하기도 한다. 논리적 근거가 충분한 주장의 결론이 그렇지 않은 주장의 결론보다 신뢰받는 것이 폴리에너 원리에 의한 것이다. 심리학 관련 실험에서 대부분의 참가자는 부정하고자 하는 주장에 대해 그렇지 않은 주장보다 엄격한 증거를 요구했다. 태도가 일관적인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품성이다. 하지만 그것이 확증 편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관적인 태도 때문에 새롭거나 놀라운 정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바 쿤다는 동기 부여 메커니즘이 편향을 만들고 인지적 메커니즘이 편향의 규모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비용 편익 분석으로 확증 편향을 설명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가설이 진실인지 알아내기 위해 모든 종류의 검증을 하는 것보다 약간의 오류가 있다고 해도 납득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를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제임스 프리드리히는 이를 진화심리학의 개념을 통해 설명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최악의 오류를 피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원 고용 면접에서 면접관은 최적의 신청자를 선별하는 것보다 직원으로 적합하지 않은 신청자를 탈락시키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확증 편향은 사회성과 연결되어 작용하기도 한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첫인상에 따라 그것에 맞추어 대하려고 한다. 또한, 자기에 대한 자기 감시도 확증 편향에 영향을 받는다. 대학생에게 진행한 면접 조사에서 학생들은 실제 자기 생활보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모습으로 답변하는 경향이 있었다.
‘확증적 사고’는 특정 관점에 맞춰 대상을 다루는 것이고, ‘탐험적 사고’는 어떤 것이든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대상을 다루는 것이다. ‘이것은 내 개인적인 생각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자기 신념을 변화시킬 생각이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제니퍼 러너와 필립 테틀록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보다 좋은 정보를 이용해 사실을 탐구하는 것을 원한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탐험적 사고’를 할 수 있으며 확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